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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독 중인 영상 중 지식인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학교와 직장을 마치고 "인류와 과학의 상생"이라는 영상을 선택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 조회수로 대중의 수준을 판단하는 것은 '휴식'을 배제한 시각이다.자신이 보는 영상 열 개 중 하나라도 "의미가 있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결코 수준 낮은 대중이 아니다.
대중들은 휴식을 선택했을 뿐이다.
녹색성장과 관련해 실제 재미를 보고 있는 곳은 하이테크 기술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로테크기업인 단조회사들이다.단조는 금속을 두들기거나 눌러서 필요한 형체로 만드는 것. 나름 기술력이 필요하지만 진입 장벽이 높은 하이테크 기술은 아니다.
불과 5년 전 국내 1000대 기업에도 포함되지 못했던 태웅은 매년 평균 50%의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해 말에는 392위(매출액 6153억원)에 올랐다. 매출액의 54%가 풍력부품에서 나왔다.
평산도 같은 경우다. 지난 1994년 자본금 1억원으로 시작한 평산의 지난해 매출액은 3700억원. 매출액의 70%가 풍력 관련 부품에서 나온다. 특히 2002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평산의 풍력발전기용 타워플랜지는 생산능력 기준 전 세계 타워플랜지시장의 25~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지는 관과 관 혹은 관과 다른 기계 부분을 결합할 때 쓰는 부품이다.
승자2. 탄소배출권 중개업자
세계 최대 민간 탄소펀드회사 기후변화캐피털(CCC·Climate Change Capital)사는 5년 전 사무실 하나에 직원 5명에 불과한 조그만 회사였다.그러나 현재는 미국, 중국, 스페인 등 세계 각국에 140여명의 펀드매니저를 두고 있는 글로벌 업체가 됐다. 2003년 세계 첫 민간 탄소펀드인 ‘청정기술 사모펀드’를 출시해 목표 설정액 2억유로어치(6월 12일 환율 기준 약 3528억원)를 무난히 팔아치운 게 오늘의 CCC를 있게 한 배경이다.
녹색성장의 본류라기보다 틈새 중의 틈새라 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 중개업이 성황이다.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 이후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일본 등 38개국과 해당국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를 수행할 의무를 지게 됐다.배정받은 감축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탄소배출권을 사서 감축량을 맞춰야 한다. 탄소배출권이 필요한 국가나 기업이 생겼지만 이들은 과연 어디서 배출권을 사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이 시장을 찾아낸 게 바로 종합상사, 특히 일본 종합상사들이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전 세계에서 탄소배출권을 사들여 필요 국가나 업체에 팔기 시작했다. 이 같은 탄소배출권 중개업이 활성화되면서 현재 전 세계에 10여개 탄소배출권거래소가 생겨났다.
포스코는 지난 3월 남미 우루과이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2013년까지 우루과이에 5500만달러를 투자해 총 2억㎡의 조림지를 매입한 뒤 여기에 30년간 유칼립투스 등의 나무를 심어 키우는 게 현지법인이 할 일이다. 포스코가 우루과이까지 날아가서 나무를 심는 것은 탄소배출권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우루과이 조림 사업을 통해 포스코는 해마다 24만8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권(약 54억원어치)을 확보하게 된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포스코처럼 국내 기업이 국외에서 CDM(청정개발체제)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은 21건에 달한다. 주로 동남아와 남미 등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개발도상국이 주요 추진국이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국외 CDM에 관심을 쏟는 것은 국내 CDM시장은 이미 일본 업체들이 선점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탄소배출권 거래가 이뤄진 건수는 총 26건.이 중 국외 기업이 사들인 건수는 9건에 불과하지만 양으로는 85%에 달한다. 85%의 대부분을 일본 종합상사가 사들였다. 미쓰비시의 경우 탄소배출권 거래로 인한 연매출액이 4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다.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기회를 잃은 한국 기업들은 동남아나 남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중이다.
승자3. 전구회사
신재생에너지만큼이나 주목받는 발광다이오드(LED)도 기업들이 단골로 진출을 발표하는 사업 분야다. 지난 4월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2903억원을 출자해 삼성LED를 설립했는가 하면 LG그룹도 그룹 차원에서 LED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이처럼 그룹들이 수천억원을 들여 LED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LED로 실질적인 이득을 보고 있는 곳은 사양업으로 인식돼 거의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전구 업체들이다.
녹색성장을 캐치프레이즈로 잡은 이명박 정부가 백열전구의 10분의 1, 전구식형광등의 10분의 1밖에 전력이 들지 않는 LED조명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덕분이다. 지식경제부는 ‘2015년까지 전체 조명의 30%를 LED조명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1단계로 정부기관, 공공기관 조명을 LED조명으로 바꾸고 있는 중이다.
LED조명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남영전구는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62년에 설립된 남영전구는 금호전기와 더불어 국내 토종 전구 업체를 이끌어온 2강 업체. 말은 2강 업체지만 남영전구는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는 회사였다. 중국산 저가 전구가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면서 한국산 전구의 경쟁력이 거의 바닥으로 전락한 때문. 그러나 LED조명이 터지면서 남영전구는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다.개당 가격이 5만~6만원 하는 관계로 LED조명시장은 제대로 꽃피지 못한 상태다. 아직은 의무적으로 조명을 교체하고 있는 정부기관 수요 정도에 그친다. 이 시장의 40% 이상을 남영전구가 차지하고 있다.
그래도 남영전구는 아쉬울 게 없다. 지난해 남영전구의 전구 부문 매출액은 300억원가량. 올해는 전구 부문 매출액이 600억원대로 두 배 정도 상승할 것을 기대한다. 창사 이후 50년 가까이 전구업을 해오면서 만들어 놓은 매출액 규모를, 올해 1년 동안 새로 만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남영전구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면 그룹 내에서 가장 속 썩이는 계열사였던 남영전구가 LED 바람을 타고 이제 최고 효자로 거듭났다”고 귀띔했다.
한편 가로등이 전부 LED조명으로 바뀌는 것과 관련 가로등대 제작 업체가 특수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도 팽배하다.
잠깐용어
그린러시(Green Rush) : 금광으로 한몫 챙기기 위해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든 것을 골드러시라 했다. 같은 맥락에서 녹색성장 관련 산업으로 사람과 돈이 몰려드는 것이 그린러시다.